정말맛있는도라야끼베어물고싶다: 1개의 글

<앙:단팥 인생 이야기>(가와세 나오미, 2015) - 장인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자세

Posted by jinoaction
2015. 11. 10. 09:00 음식문화 칼럼/출발 비디오먹방

요리영화하면 어느정도 연상되는 장면들이 있다. 실력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조리에 몰입하는 주인공, 화려하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배고파지게 만드는 음식의 향연, 재미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대략 유쾌한 결말. 솔직히 '앙'을 보기 전, 이 영화도 그러겠거니 싶었다. 매일 출근길에 지나쳤던, 씨네큐브에 걸린 영화 포스터는 약간은 지루해보였다. 그래도 그 포스터가 제법 오래 걸려있었다는 점과 최근 들어, 흥미를 갖게된 일본영화 특유의 차분함에 호기심이 생겼다. 결론적으로, 색다른 장면과 묵직한 감동, 그리고 생각거리를 던져준 영화였다.

 

센타로는 사정으로 진 빚을 갚기위해 도라야끼 매장 '도라하루'를 맡아서 운영한다. 자발적으로 열게 된 매장이 아니었기에, 수동적이다. 일어나서 문을 열고, 빵을 구워 팥을 채우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도라야끼를 건네고, 다시 문을 닫는 반복의 일상이 그저 무기력하다. 단골인 여학생들의 수다도 그에게는 소음일 뿐이다. 한순간의 실수로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그가 매일 도라야끼에 채우는 공장 생산 팥처럼 그의 삶은 생기도 애착도 없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알바생 도쿠에 할머니는 새로운 자극을 준다. 50년 간 팥을 쑤어온 그녀에게 팥은 특별하다. 정성을 담아 만든 그녀의 팥소가 담긴 도리야끼의 특별한 맛을 사람들은 대번에 알아차린다. 한적했던 가게 앞이 문을 열기 전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북적인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센타로도 그녀의 삶에 대한 성실함에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다. 단골 손님인 의기소침한 여학생 와카나도 도쿠에로 인해 에너지를 얻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진심을 담아 매진하는 그녀의 모습에 미소를 짓는다.  


녀는 사실 어렸을 적 병을 앓았던 나환자였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도라하루는 다시 쓸쓸해진다. 환자촌 울타리에 갇혀 평생을 살아왔던 그녀에게 세상과의 소중한 통로였던 팥 만들기 일은 오래시간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편견은 영화에서처럼 강하고 날카롭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을 아무렇지 않게 다른편으로 돌려세우고 배척한다. 센타로의 말처럼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미안한 감정에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반성했다.   

 


도쿠에 역의 키키 키린의 연기는 실제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일본의 국민 여배우로,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대체 불가의 존재감을 보여왔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서 주어진 작은 기회에 한없이 감사하는 모습에서 뭉클했고, 눈물이 났다. 와카나 역의 우치다 카라는 실제 키키 키린의 손녀딸이다.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출연해 만드는 영화라니... 영화 같은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러웠을까. 우리 할머니 생각이 계속 겹칠 정도였다. 


도쿠에가 팥을 쑤는 일련의 과정은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될만 하다. 동이 트기전 부터 어김없이 하루를 준비하는 성실함. 마음으로 극진하게 식재료를 대하는 자세, 조리에 있어, 한치의 방심이나 오차도 줄이려하는 집중과 세심함, 먹는 사람의 기쁨이 온전히 자신의 기쁨이 되는 진정성까지. 전혀 화려하진 않지만, 정확히 몸에 밴 그녀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장인의 기품을 배울 수 있다. 오랜시간의 좋은 습관이 배어있는 맛은 위대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가 만든 팥소의 맛이 궁금해질 정도로, 맛있는 영화였다.    




"단팥을 만들 때, 나는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것은 팥이 보아 왔을 비 오는 날과 맑은 날들을 상상하는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