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요리학원: 1개의 글

요리를 배우다

Posted by jinoaction
2015. 4. 14. 00:59 음식문화 칼럼/주방수련기

 

 

어렸을 때부터 잘 먹긴했다. 밥도 친구들에 비해 제법 많았다. 잘 먹는다는 칭찬을 즐겼다. 때가 되면 허기가 졌고, 때를 놓치면 어지러웠다. 남들보다 많이 움직이는만큼 채워줘야했다. 그만큼 식탐도 강했다.

 

요리해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먹은 값은 해야한다는 좋은 생각에 설거지하러, 주방을 들락거렸다. 그렇지만 요리가 흥미는 없었다. MT가면 한번쯤 손댈만한 잡탕도 기억이 없다. 고기조차 굽지 않는 편이었다. 그저 먹는게 좋았지, 만들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일하고 나서 부터다. 무언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었다. 먹는 순간에 나는 물론, 사람들도 가장 즐겁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외식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좋은 식당, 맛난 식당에 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도 늘 배고팠다. 그래서 늘 잘 먹었다. 미식가라기 보다는 대식가였다. 왠만하면 다 맛있었다. 그저 자극적인 짠맛,매운맛,단맛에 길들여졌다.

 

그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분야든 내 것으로 삼으려면, 직접 액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접 만들어보지 않고서는 진짜 맛있는게 뭔지 알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몸이 그리고 액션이 오직 답이다. 그렇게 집에서 블로그로 요리를 시작했다. 단순 복사였지만, 요리 결과는 늘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소득이 있었다. 식재료가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다. 자연히 재료 구하는 것도, 보관방법에도 관심을 가졌다. 중용의 미덕을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적거나 넘칠 때 요리는 어김없이 달라졌다. 그렇게 조심하다보니, 차분해지는 것도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몰입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요리 좀 했다 싶으면 시간이 제법 지나있었다. 재미있었다. 별난일이었다.

 

블로그를 보며, 누군가의 레시피를 복제하는 걸 벗어나고 싶었다. 요리하다 젖은 손으로 휴대폰을 켰다껐다 하는 것도 모양이 좀 빠졌다. 재료도, 소스도, 요리과정도, 담음새도 자신있게 내 기억과 느낌으로 자신있게 통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고 싶어졌다.

 

그렇게 시작했다. 요리 실력이 늘거란 기대따위 하지 않는다. 달성하고픈 목표가 없어도 좋다. 그저 몰입하는게 재미있고, 새로 배우고 싶고 나아지고 싶은게 많아 좋다. 놀이이자 수련이다. 그저 무심히 하고 또 하다보면, 내게 또 하나의 이정표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뿐이다.

 

마음먹고 무언가를 배워보겠다고 시작한 게, 까마득하다. 그거면 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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