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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와의 전쟁

Posted by jinoaction
2014. 10. 1. 22:34 생활의 발견/지혜와의 대화

모기와의 전쟁 중이다. 모기향 피우고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도 닫는 것도 서두를 정도인데, 끊임없이 들어온다. 하루에 6~7마리는 내 손바닥에서 운명을 달리한다. 모기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어떤 때는 두렵기까지 하다. 언젠가 모기 떼들의 원혼이 한꺼번에 나를 위협할지. 


문제는 꼭 자는 새벽 시간에 활동을 시작해 잠을 깨운다는 점이다. 그 작은 윙윙소리가 잠을 깨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게 나에게는 안들리고, 꼭 아내에게만 들린다는 점이다. 모기 소리가 귓가를 맴돌기 시작하면, 아내는 일단 불을 켜고 잡을 태세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는 모기를 찾고, 잡는 건 내 몫이다.  새벽에 4번이상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할 때도 있다. 벽에 붙어있는 건 물론이고 날아다니는 걸 잡는 것도 능숙해졌다. 동체시력도 향상된 듯 하다. 모기잡기 레벨업 중이다. 그야말로 전쟁이다.


한번은 화를 냈다. 너무 민감하게 그러는거 아니냐고. 그 소리 때문에 잘 수가 없다면, 귀마개를 사주겠다고. 푹자고 일어나는 것이 더 중요한 일 아니겠냐고. 모기들도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아내 왈, 그건 상황을 피하는 것일 뿐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란다. 무조건 모기 죽는 걸 봐야지 잠이 온단다.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렇게 오래 연예를 했건만, 내가 몰랐던 아내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다. 때로는 당황스럽지만,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둘다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오랜 연예를 통해 익숙해진 습관같은거다. 몰랐던 서로의 모습은, 대화 속에선 그닥 문제 될게 없다. 앞으로도 그럴테지.


결론적으로 나는 다시 전사가 되었다. 본질을 해결하는 것이 맞다. 아내는 내 손에서 전사한 모기를 보면, 환호성을 지른다. 내가 최고란다. 하루에 한번씩 최고란 소리를 듣는게, 사실 묘한 쾌감이 있다. 오늘도 5마리는 잡은 것 같다. 그저 모기들이 날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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