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순간의 미학: 3개의 글

힙합이란.

Posted by jinoaction
2016. 5. 23. 00:03 생활의 발견/순간의 미학


나는 쇼미더머니가 좋다. 흥분되게 재밌다. 
예상치 못하게 툭 튀어나오는 개성에 열광한다. 
그 개성이 어김없이 가지고 있는 힙합스러움이 너무 좋다.

나는 힙합을 잘 모른다. 
랩도 따라하기 쉬운거만 반복해서 나 좋을만큼 하는 정도다. 
흔히 말하는 스웨그, 내겐 핏이 맞지 않아 후줄근해진 츄리닝같다.

그런데, 힙합스러움이 뭔지에 대한 생각이 있다.
쇼미더머니를 보면 볼수록 생각은 확신이 된다. 

그건 솔직함이다. 
아주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내 뱉는 것. 
주위의 평가, 남들의 시선 따위 개나 줘버리는 것. 
그 뒤에 모든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 것. 
설사 후회한다해도 그걸로 끝, 다시 가면 되는 것. 
그래서 온전히 자기다움으로 존재하는 것.

솔직하다는게, 솔직해지려 노력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다음엔 솔직해야지란 마음의 다짐같은 걸로 되는게 아니라는거다. 
나 말고 다른 롤모델에 기준을 두는 것이 아니다. 
솔직함 그 자체를 동경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내가 솔직하지 못한 것처럼)

그럼 뭐냐. 계속 나한테, 묻는거다. 
넌 뭐가 좋니? 넌 뭐가 하고 싶니? 넌 뭐가 쓰레기 같아? 
주위를 둘러보는, 그래 바로 너! 아니 나, 난 뭘 할거냐고?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한테 묻는 거. 그 뒤에 진짜 날 것의 솔직함이 나오는거다. 

아시다시피, 이런 류의 질문은 답이 곧바로 뚝 튀어 나오지 않는다. 
씨바 아무리 질문해도 잘 모르는거다. 
잘 모르다 모르다 롤모델이라는 걸 찾고 기준이라는 걸 세우는 척하는 거다. 
그래도 계속 묻는거다. 나올때까지 묻는거고, 안나온다 싶으면 이건가? 아닌가?
그렇게 가면서 또 계속 묻는거다.

바로 여기에 솔직함의 위대성이 있는거다. 매일, 항상, 계속, 지치지 않고 묻는 거.

씨잼은 솔직히 돈 때문에 나왔다고 했다. 
즐기면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어서 다시 나왔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 목소리와 스타일에 똑같이 써 있다. 
쌈디는 씨잼은 참가자가 아니라 그냥 씨잼이라 했다. 그 말이 딱이다. 
솔직한 씨잼은 그대로 씨잼인거다. 개간지. 일군 땅.

비와이는 이름이 심지어 BewhY다. '이유가 되어라'. 
무슨일을 하던 '내가 이걸 왜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단다. 
역시 계속 자신에게 묻고 있는거다. 
거기에 언제든 원하면 원하는대로 튀어나올 것만한 랩.머.신 실력. 
허나 아마도 우리가 원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뱉고 싶은 걸. 
우리의 예상이 아니라, 예상에서 벗어난 자기 것을 드러낼테니, 랩머신이란 말은 틀린거다. 
솔직히 랩도 랩인데, 비와이가 그냥 말할 때가 진심 좋다.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담백한거냐. 
헤아릴 수 없는 질문의 깊이, 가늠할 수 없는 연습의 깊이. 

오늘 남자 둘의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젠장 전혀 힙합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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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noaction
2016. 1. 11. 12:43 생활의 발견/순간의 미학


어제 이 노래가 가슴을 후벼팠다.

듣는 내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한음한음 소중히 잡아서 부르는 이시은이란 친구의 도입부.

마음 정말 깊숙한 곳에서 끌어낸 감정을 토하는 듯한 주미연이란 친구의 목소리. 

어찌 이렇게 노래를 잘할까. 


내게 누구의 노래를 평가할만한 꺔냥은 없지만,

마음껏 공감할 수는 있기에.


어제 나는 이 둘의 노래에 공감했다.


그것이 어디서 온 감정인지 몰라도, 

눈물 흐르는 그런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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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noaction
2015. 11. 24. 08:00 생활의 발견/순간의 미학

대한민국 야구팀이 '프리미어 12'에서 우승했다. '프리미어 12'는 세계 야구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여 자웅을 겨루는 국가대항전이다. 이번 대한민국팀은 역대 어떤 대회보다 약체로 평가되었지만, 단단한 팀워크와 끈질긴 플레이로 우승을 이끌어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도 제 실력을 발휘하는 든든함을 갖추기 시작했다. 점퍼를 입고 덕아웃을 지키고 있는 김인식 감독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안정감처럼...



한일 준결승전, 이대호의 한방은 정말 통쾌했다. 역전주자를 앞에 두고, 극도의 긴장감이 짓누를만한 상황이었는데 이대호의 얼굴은 평온했다. 일본 캐스터 조차 이대호의 미소가 염려된다 할 정도였다. 이대호의 그 안정감과 선수들과 어울리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그는 한일 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그게 또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이 아닌가 싶다. 얼굴에 미소가 많고 유쾌한 선수들은 대체로 낯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낸다. 류현진, 추신수 등의 성공사례와 수많은 실패사례들이 그걸 입증한다.    





MVP 김현수. 대회 내내 그리고 결승전에서 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김현수가 타석에 들어서면 빈틈 없이 뭔가 꽉찬 느낌이 든다. 어떤 코스의 공이 와도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결승이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태함 따위 들어 찰 구석이 없는 압도적인 아우라가 느껴진다. 성실하게 매일의 연습과 생각을 채워나갈 것 같은 선수. 우리 팀에 이런 선수가 있다는 건,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다. 2016년 FA를 앞두고 있고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라는데, 부디 그 간의 성실한 노력 성적을 제대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에선 기억해야 할 선수는 일본 투수 오타니 쇼헤이. 우리 대표팀과의 개막전과 준결승전 두경기를 합쳐 총 13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단 3개. 그야말로 우리 타선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준결승전에 투수 교체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거란 관측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이제 겨우 21살. 앞으로도 우리 대표팀은 이 젊은 투수와 많은 게임에서 맞부딪치게 될 텐데, 공략이 가능할 지 염려된다. 


무엇보다 그가 고등학교 세웠던 목표 달성표. 허. 8개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명확한 목표를 바탕으로 잘게 쪼개진 세부 목표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매일의 연습. '재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서 말하는 심층연습을 채워가고 있겠지... 이제 겨우 시작이지만, 그의 성장이 위대한 이유다. 다치지 말고 필살기를 단련해가길. 오타니의 또 다른 변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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